내가 우울증이 나아지고 나서 든 생각은 이렇다. 세상은 아름답지도, 죽을 만큼 나쁘지도 않다.
개인적으로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한테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우울증이 있었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평온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거의 대부분 잠깐이면 가라앉는다. 우울증을 앓지 않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다.
물론 두려울 때가 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물론 외로울 때가 있다. 나는 아주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도 가라앉고 결국엔 평온을 되찾는다. 말이 평온이지 그냥 아무 생각 없는 상태이지만.
다시 시련이 찾아와서 또다시 우울증이 심해지면 어떻게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이겨낸 사람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보다 강하다. 다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 인생에서 구렁텅이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과정을 이미 겪었고 나오는 방법도 알고 있다.
나는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높은 자리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더 응원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잘 공감하지 못한다. 공감하더라도 대충 그 정도 자신이 아팠던 기억으로 상대방의 아픔을 추론해 본다. 그래서 나는 아픔을 겪어본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아픔을 겪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보다 약해서 아픔을 겪고 난 사람이 더 강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으로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나는 어떤 위로를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어떤 위로도 듣고 싶지 않았기에. 당신은 세상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이 세상은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정말 미안하고 염치없는 이야기다. 이기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이 세상은. 그리고 나는. 진정으로.
모든 게 다 당신 탓은 아니다. 살면서 느끼는 것은 환경과 타고남의 중요성이다. 가끔씩 인간의 자유의지가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다. 사람은 고통스러운 것을 싫어한다. 자기 자신을 지키길 희망한다. 기분이 좋기를 바란다. 이런 생각들로 어떤 환경이 주어지면 그대로 걸어간다. 예를 들면 양옆에 가시가 돋친 길이 구불구불 나있으면 사람은 가시에 찔리지 않기 위해서 구불구불 따라간다. 그 길 앞에 시련이 있어서 좌절하는 사람한테 왜 가시밭을 넘어서 탈출하지 않았냐고 꾸짖을 수 없다. 사람은 그런 거니까. 애초에 가정환경, 태어나고 사는 동네, 사는 나라에 따라서 너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버리는 걸지도 모른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자살률이 1위이고 출산율과 행복감은 꼴찌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남 탓을 하는 것이 루저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게 다 자기 탓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당신은 매번 최선의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저 주어진 환경이 당신을 시련으로 이끌었을 수도 있다. 너무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 그리고 주어진 환경이 매번 시련으로만 이끌지도 않는다. 어쩌다 생긴 길이 시련으로 닿았을 뿐이다. 그 시련을 지나가서 계속 가다 보면 분명 좋아질 것이다. 뭐 더 나빠질게 있을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주변 환경을 바꾸거나 아예 도망쳐 버리는 것도 좋다. 학교나 진로, 가정환경 등 말이다. 죽을 만큼 힘든데 뭐가 그리 중요할까. 그냥 도망가 버리고 좀 쉬자. 도망가 버리고 좀 살자.
'우울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내가 겪은 우울증 약 부작용 (0) | 2025.01.18 |
|---|---|
| 살아있는 것은 자유를 위한 저항이다. (0) | 2025.01.18 |
| 내가 우울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들 (0) | 2025.01.17 |
| 우울증 극복에 좋은 글귀, 생각들(7) (0) | 2025.01.17 |
| 우울증 극복에 좋은 글귀, 생각들(6) (0) | 2025.01.17 |